회고록 [은둔형 컨텐츠 제작자의 꿈은 이루어질까요?]
1. 이모티콘
캐릭터 디자인을 하고 이모티콘 출시하고 인스타로 컨텐츠를 만들고 굿즈를 제작하고 굿즈자판기를 만들어서 더현대와 롯데타워몰에 내 자판기를 두는게 목표였다.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다. 뜻은 높았으나 현실은 이상과 다른 법.
첫 제안이 20년 6월 20일이다. 대략 3년간 이모티콘을 390개 제출하고 승인은 고작 5개 받았다. 첫 출시일에도 순위권에 들지 못한 뼈 아픈 경험도 하고 결론적으론 5개 모두 실패다.
매주 반복되는 성과없음으로 인한 자책과 자괴감, 우울과 무기력, 무능한 내 자신에 대한 혐오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3년을 넘게 공을 들였기에 이대로 물러서기엔 그동안의 노력이 아까워서 포기하지 못했다. 너무 하고싶었던 일이고, 남들은 되는데 난 안되는 게 억울하기도 했다. 이젠 진짜 될 듯 말 듯 한 느낌이고 거의 다 왔다는 생각, 여기서 포기하면 공들였던 수고로움이 그저 삽질로 쓰레기통에 들어가니까. 실패자로 남고 싶지 않아서 주변인들의 언제까지 그러고 살거냐는 볼멘소리를 들어도 불면에 시달리고 여기저기 몸에 병이 나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버티고 버텼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포기하는게 맞다고 결론지었다. 안되는 일 붙잡고 스스로의 발목을 묶어두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일이다보니 이것말고 다른 일을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으며 하고싶지도 않았다. 내면의 언젠가는 될거라는, 로또처럼 터질거라는 희망을 못 놓았다.
결국은.. 전부 망상이었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캐릭터와 이모티콘이 아까워서 간혹 수정해서 제출은 해보겠지만 근소한 차이로 계속 미승인을 주는 카카오에 질릴대로 질려서 목매지 않기로 했다.
경험을 통해 배운 건 경쟁이 덜한 초기시장에, 내가 나눠먹을 수 있는 파이의 크기가 클 때 먼저 들어가는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 흐름을 꼭 의식하고 있어야 기회에 올라탈 수 있다는 것, 파도가 올 때 파도를 타려면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 망설이다가 놓치면 크게 후회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똥고집이라는 것이다. 생각보다 아주 많이.
좋게 말하면 끈기겠지만 이렇게 된 마당에 결과론적으론 그냥 똥고집이 됐다.
일년동안 한 개 캐릭터로만 작업하고, 툴도 안바꾸고 피드백도 안받았고 장비도 나중에서야 샀고 독창적으로 만들겠다고 대중에게 먹히는게 무엇인지 분석도 안했고 시장상황도 안봤다. 전부 뒤늦게 바꿨다. 진작했으면 좀 덜 돌아갔을 것이다. 남들이 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인데. 빨리 가는 길이 있음에도 똥고집을 부렸다.
2. 인스타,틱톡
다른 컨셉과 캐릭터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11개 만들었다. 이 중 단 한 개도 팔로워 1000명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림체, 주제, 캐릭터디자인, 컨셉, 타겟층 등 모두 다르게 했지만 전부 실패했다.
컨텐츠 반응이 워낙 없다보니 나라는 사람 자체가 매력이 없어서 내가 만든 컨텐츠는 아무도 관심이 없고 호응도 없나보다… 라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일과 나를 일원화시키면 안된다고 일은 일이고 나는 나라고 분리해야한다고 책에서 봤지만 내 머리와 가슴은 따로 놀았다.
이론은 쉽다. ” 재밌고 공감가고 이입이 되고 귀엽고 끌리는 컨텐츠를 만들어서 꾸준히 올린다. ”
포화시장이라서 안되는 건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캐릭터가 수면위로 떠올라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시간을 꽤 들여 작업해서 올려도 반응이 없으니 뭘 한건가 싶고, 의미없다 생각들어 꾸준히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걸 해내야 알고리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3. 티스토리,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는 21년 1월 13일에 첫 글을 발행했다. 그 후 한동안 블로그를 열심히 하다가 손을 놓은지 오래되었다. 지난 2년 반동안 쌓인 수익은 50달러 남짓이다. 출금도 불가능한 수익이지만 오랫동안 관리 전혀 안한 것도 가만하고 두 번만에 승인받은 애드고시가 아까워서라도 다시 시작해보려한다.
블로그로 크게 수익화할 수 없어도 간간이 내 블로그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감사해서라도 더 많은 정보를 정리해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는 해보았지만 티스토리보다 수익은 더 적은 듯 싶다. 체험단을 하기엔 용이한 것 같다.
4. NFT
한창 NFT 붐이 일어났을 때 나도 PFP를 제작했다. Personal tendency profile라는 나의 아이덴티티를 성향 프로필 이미지로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컨셉이었다. Mbti와 관심사가 반영된 캐릭터, 배경, 소품이 담긴 이미지와 3d파일을 함께 제공했다. 받은 파일을 활용해 스스로 작가가 되어 밈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많은 밈이 만들어지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기 더 쉬워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론은 단 한 장도 팔리지 않았다.
무명의 작가가 만든 nft는 거의 팔리지 않는다. 내가 구매자여도 그랬을 것이다. 유명하거나 대기업에서 발행해 지속가능하고 뒤에 믿을 만한 것이 있거나 비플처럼 스토리를 가진 경우에 신뢰를 기반으로 구매한다. 더군다나 현재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nft거품이 싹 빠졌기에 더 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다.
5. 더샌드박스 복셀아트
메타버스 붐과 함께 더 샌드박스를 알게 됐고 voxeledit라는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복셀아트를 제작했다. 제작한 복셀아트를 nft화하고 판매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 트위터 계정도 만들고 크리에이터펀드에도 지원하고 자체 콘테스트에도 나갔다. 해당 크리에이터가 되면 지원도 받을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수련이 부족해 크리에이터펀드는 물론 공모콘테스트도 전부 탈락했다.
더 샌드박스는 메타버스를 지향하는 플랫폼 중에 꽤 볼륨이 있다. 계속해서 발전 중이니 당장 수익을 바라지 않으면서 관심을 가지고 게임메이커, 복셀에딧을 작업해보면 언젠가는 수익과 실력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토스공모전 등 공모전 제출, 이베이, 엣시, 예창패, 자사몰, 카카오뷰, 갤럭시테마, 노트제작, 밴드 임티 등 건드려 본 것들이 있지만 성과는 없었다.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유튜브, 스마트스토어, 구매대행, 위탁판매, 게임개발, 영상편집, 크라우드펀딩, 전자책, 강의,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제페토, 웹소설, 어필리에이터, P2E 등등.
앞으로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가능성이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해서 이젠 C2E, 블로그, 유튜브에 집중해볼 것이다.
비록 지금은 성과없는 은둔형 컨텐츠 제작자이지만 흣날엔 뚜렷한 결과물로 시장을 선점한 크리에이터가 되보겠다.
